“전·월세금 합치면 가계빚 최대 1600조”
“가계부채, 위험도 따지면 최고 5점 중 현재 4점”
대선후보들 대책 내놓지만 “막연하고 부작용 많다” 지적
가계부채 경보음이 한층 커졌다. 대출금과 전세금이 집값의 70%를 넘는 '깡통주택'이 전국에 34만 가구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로 잡히지 않는 전세금을 포함하면 가계부채가 160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의 규모와 폭발성을 두고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총론보다 각론에 치우친 대선 주자들의 공약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키움증권은 22일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월세 보증금 등을 합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1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전·월세 보증금은 이자가 없을 뿐이지 계약기간이 지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빚이어서 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공식 가계부채
집계치(6월 말 922조원)보다 700조원 가까이 많다. 키움증권 서영수 수석연구원은 “전세 보증금 등은
계약기간 만료 후 일시에 내야 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이 더 크다”며 “이를 감안하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0%에서 230%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채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채까지 감안하면 부채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깡통주택 문제까지 겹치면 가계부채의 인화성은 더 커진다. 깡통주택은 통상 집값의 70%인 경매가로는
대출금과 전세금을 갚지 못하는 집을 말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부채가 집값의 70%를 넘는 아파트가
전국에 34만여 가구라고 추산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깡통 아파트가 계속 늘어난다면 세입자가
전세금의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분석은 모두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 전체가 기업이나 정부 등에 지고 있는 빚이
가계부채”라며 “전·월세 보증금은 집주인에겐 부채지만 세입자에겐 자산이어서 가계부채에 넣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의 소득과 부채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깡통주택 계산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가장 높은 위험도가 5점이라면 현재 4점 정도로 볼 수 있다”며 “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내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위험이 조금
과장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지만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특유의 전세제도는 선진국의 모기지와 다르다”며 “가계부채를 선진국과 같은 기준에서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은행 공동기금이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여
재임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계부채 논란엔 대선 주자들도 뛰어들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정부재정을 투입해 가계채무 재조정과
금리 경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자율 상한을 25%까지 낮추는 등 금융권의 고통분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 후보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만만찮은 정책들이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임원은 “미국 같으면 벌써 1년 전부터 대선의
핫 이슈로 다뤄졌을 문제다. 대선이 코앞인데도 각 캠프에서 제대로 된 입장이 나오지 않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세 후보 모두 현실적인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부채상환 능력을 높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깡통아파트 집을 팔아도 담보 대출이나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아파트를 뜻한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과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60%로 대출을 받은 금액이 현재 시세의 70~80%까지 뛰어오른 아파트도
잠재적 깡통아파트로 분류된다. 경매를 통해 매각이 진행되면 대출·전세금이 경매가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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