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흑곰 코치의 Hot Issue !!!

‘현금 서비스’도 울고 갈 ‘할부 수수료’의 고금리

 

 

 

[한겨레] 박아름 기자 parkar@hani.co.kr

 

지난해 할부 60~70%가 연리 18% 이상 물어

신용 좋으면 현금서비스 이자가 더 싼 모순도

불합리하고 과도한 할부수수료 체계 손봐야


대형마트·병원 등 대형 가맹점들이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중단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할부 고객에게

 

 적용되는 할부수수료율이 턱없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엔 할부수수료율이 되레

 

현금서비스 수수료율보다 높아, 할부수수료율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현금서비스 버금가는 고금리

 

9일 여신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주요 카드사들의 할부수수료율은 연 5%~22.9%까지로, 이용자의 신용등급이

 

낮고 할부기간이 길수록 수수료율도 올라간다.

카드사 중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할부이자를 문 할부구매 이용객 중 34.3%가

 

연 16~18%의 이자율을 적용받았다. 연 18%를 웃도는 수수료를 낸 고객 비중도 35.6%나 됐다. 현대카드는

 

이보다 조금 더 높은 편이다. 현대카드를 이용해 할부이자를 내고 물건을 구매한 고객 중 76.7%는 연 22~24%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이 밖에도 하나에스케이(SK)카드와 삼성카드의 경우에도 18% 이상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고객 비중이 각각 71.8%, 60%나 됐고, 롯데카드의 경우엔 58.2%였다. 해당 고객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현금서비스에 버금가는 연 18% 이상의 높은 수수료 부담을 진 셈이다.

■ 현금서비스가 더 유리한 모순도

 

특히 할부수수료율이 현금서비스 수수료율보다 높은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적용한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연 6.5~28.5%로, 할부수수료율에 견줘 통상 폭이 넓은 편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의

 

경우엔 오히려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카드의 경우 상위 1~2등급에

 

해당하는 우수고객에게 적용되는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연 7.84~17.94%인 반면, 할부수수료율(3개월할부 기준)

 

은 연 14.9~15.9%였다. 현대카드 역시 상위 1~3등급 회원의 현금서비스수수료율(연 7.5~13.5%)이

 

할부수수료율(연 10~14%)을 밑돌았다. 할부로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현금서비스를 이용해 물건값을 치르는 게

 

더 유리한 셈이다. 이는 카드사 입장에서 볼 때, 통상 할부결제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보다는 현금서비스

 

이용액을 떼일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할부수수료율보다 더 높은 현실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 “할부수수료 체계 고쳐야”

 

카드업계에선 현금서비스와 할부구매는 상품의 성격이 다르므로 이자율을 일률적으로 비교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할부는 신용판매 상품인 데 반해, 현금서비스는 금융상품이라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상품과 경쟁해야 하므로

 

시장이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들은 대출이 필요할 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보다 은행대출을 이용한다. 우량고객을 놓고 카드사가 은행과 경쟁하다보니 현금서비스의 이자를

 

낮게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카드사들의 영업행태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카드사가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 장사할 때는 할부금리를 높게 받아 돈을 벌고, 카드 빚을 막기 위해 자주

 

카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에게는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의 금리를 높게 받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할부수수료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이자로 할부를 썼기 때문에 이런 모순점이 불거지지 않았다. 무이자할부가

 

없어지면 할부구매보다 현금서비스를 받는게 더 이득이 되는 현행 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