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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곰 코치의 Hot Issue !!!

코웨이 1조2천억원 팔아도 빚 갚기 역부족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빌딩 전경. <매경DB>

 

 

'건설, 태양광, 저축은행'.

웅진그룹 붕괴를 가져온 3대 사업이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 웅진그룹 몰락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웅진그룹이 26일 극동건설뿐 아니라 웅진홀딩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웅진코웨이 매각을 들고 나온 이후 웅진그룹은 수차례 매각 파트너를 바꿔가며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상반기 내 웅진코웨이 매각을 마치고 재무구조 개선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GS리테일과는 매각 합의까지 이뤘지만 발표 직전에 이를 번복하는 등 시장 상식과는 맞지 않는 행동으로 일관해왔다.

웅진그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는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 지급 완료시점을 놓고 의견차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오는 28일까지 자금 지급 준비가 어렵다고 알려왔다"며 "10월 4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서 10월 2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예정대로 인수 자금 준비를 마무리했지만 웅진홀딩스 측이 이를 갑자기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초 10월 2일까지 인수대금을 주기로 합의한 상태였는데 웅진 측에서 9월 28일까지 일정을 당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일정에 맞춰 28일까지 준비를 마치려 했는데 26일 웅진 측이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해 황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1조2000억원)이 유입되어도 웅진그룹의 재무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틀어막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MBK파트너스로부터 1조2000억원의 유입 자금 중 1조원은 주식담보대출 등의 자금을 갚는 데 곧바로 쓰일 전망이었다. 나머지 2000억원 중 1100억원은 윤석금 회장 자녀 등 친인척 몫이고, 오롯이 웅진홀딩스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900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IB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이 유입될 매각대금 회수 경쟁에 나서 웅진의 채무상환 압박은 크게 가중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웅진홀딩스 보유 현금은 2082억원이다. 그러나 이 돈이 9월 현재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각각 180억원과 225억원을 극동건설에 빌려줬다. 보유 현금 규모는 1677억원으로 떨어졌다.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의 사업과 관련해 제공한 연대보증액은 1조839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관련 연대보증은 △아파트 사업 중도금 연대보증 169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대보증 5825억원 △시공연대보증이 3324억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기준 웅진그룹 전체 금융사 차입금이 3조3000억원 수준"이라며 "이 중 대출과 지급보증 등 금융사 자체 신용공여액이 2조7000억원, 극동건설 PF대출금이 6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법정관리 신청 배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5일 만기가 도래한 기업어음(CP) 150억원을 부도 처리한 것은 법정관리로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카드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채무동결 상태에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실익이 있다"며 "150억원 상환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 '고의 부도'를 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