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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곰 코치의 Hot Issue !!!

깡통전세 불안에 … 반전세 급증

 

 

 

전세 대신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사는 세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전셋값이 계속 뛰는 데다 장기간 집값

 

하락으로 전세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불안감이 확산돼서다. 올리는 전세금에 대해 월세로

 

달라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 반전세 급증은 이자율이 높은 월세 때문에 서민 가계를 더욱 주름지게 하고

 

전셋집을 줄여 전세난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5만6389건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이 중 전세가 아닌

 

월세가 3건 중 하나가 넘는 1만9973건(35.4%)이다. 지난해 1~2월엔 29.7%였다. 월세에 보증금이 없는

 

순수 월세는 드물어 사실상 반전세가 그만큼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세와 순수 월세를 제외한 반전세만 집계하는 국토해양부의 전·월세 실거래가 동향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월 반전세 비율이 전국적으로 42.3%로 지난해 1월 35.5%에서 1년 새 6.8%포인트 높아졌다.

 집값은 계속 내리는데 전셋값이 뛰면서 전세 보증금이 안전하지 못하게 되자 세입자들이 반전세를 원해서다.

 

집값과 보증금 차이가 줄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경매 낙찰가격이 보증금과 별 차이 없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깡통전세 가능성이 큰 주택을 전국적으로

 

19만 가구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경매정보사이트 부동산태인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수도권의 경매주택 1만3694가구 가운데 임차인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42.4%인 5804건이었다. 한 부동산 사장은 “집이 혹시나 경매에 넘어가지 않

 

을까 걱정하는 세입자가 많다”며 “대출이 있으면 전세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재계약을 하면서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거나 새 세입자를 구할 때 반전세로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사장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월세전환 연 이자율이 7% 정도로 3% 정도의

 

은행 예금금리보다 훨씬 높아 집주인들이 반전세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세입자들은 월세 부담이 크지만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반전세로 살면 세입자의 가계 지출이 확 늘어난다. 전세 보증금이 2억원인 아파트에 보증금 1억원,

 

월세 53만원을 주고 거주할 경우 매달 남은 보증금 1억원의 은행 이자 20여만원을 뺀 30만원가량 주거비가

 

더 들어간다.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전용 59㎡형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 2억1000만원의

 

전셋집에서 보증금 8000만원, 월세 98만원으로 살고 있다. 그는 “보증금을 절반 정도 줄여 못 받을 걱정은

 

덜었어도 돈이 매달 50여만원씩 더 나가게 돼 허리띠를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전세로 돌면서 전세로 나오는 집이 줄어 전세 수요자들의 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잠실 일대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전세로 나온 집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7~8가구였으나 지금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1년 사이 반전세 비율이 높아지면서 올해 전셋집 3만 가구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의 급속한 전세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택산업연구원 노희순 연구원은 “늘어나는 반전세 세입자를 위해 세제혜택 등 월세 지원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을 활성화해 전세·반전세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임대 물량을 늘려 민간임대 시장의 불안정한 임대물량 공급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안장원·권영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안장원.권영은.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강정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ogito3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