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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곰 코치의 여행 & 맛집

보름달의 유혹… 정월대보름에 가볼만한 달맞이 명소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의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 중 달이 가장 크게 보인다는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을 상징한다.

 

예로부터 이 날에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세시풍속 행사가 곁들여진다.

 

둥실 떠오른 달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영암 월출산 등 달(月)을 상징하는

 

달맞이 명소로 여행을 떠나본다.

◇월출산(전남 영암)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둥근 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영암 출신 국민가수 하춘화의 영암아리랑은

 

월출산(月出山) 천황봉에 보름달이 뜨는 장면을 노래한다.

월출산은 ‘천(千)의 얼굴’을 자랑하는 명산이다. 광주 무등산에서 출발한 부드러운 연봉들이 끊어질듯 이어지다

 

바다에 가로막히자 용틀임하며 영암 들판에 수석처럼 우뚝 솟은 월출산은 이름처럼 ‘달이 뜨는 산’이다.

 

정상인 천황봉(809m)을 비롯해 구정봉 향로봉 장군봉 사자봉이 금강산을 닮아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안보다 바깥에서 보는 풍경이 훨씬 남도스럽다.

월출산에는 유난히 달과 관련된 마을 지명이 많다.

 

월곡리 월남리 월하리 월봉리 등이 주인공으로 대청마루에 앉으면 월출산 봉우리에 걸린 보름달이

 

수묵화처럼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암봉이 위압감을 주는 월출산. 하지만 백제의 왕인 박사 유적지가 위치한 구림마을이나

 

산악자전거 코스로 유명한 활성산 정상에서 맞는 보름달은 여느 곳에서 보는 달처럼 정겹다.

◇월영교(경북 안동)

 

‘달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의 월영교(月映橋)는 안동시 상아동과 성곡동을 연결하는

 

387m 길이의 다리로 안동댐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미투리 모양의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로 다리 한가운데는 월영정(月映亭)이 위치하고 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조선 선조 19년(1586) 한 여인이 죽은 남편을 애도하면서 쓴 편지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원이 엄마의 편지’는 1998년 안동의 고성 이씨 이응태(1556∼1586)의

 

무덤 이장 과정에서 관속에서 발견되었다.

 

그의 관속에서 이 편지와 함께 젊은 아내가 머리카락을 잘라 삼은 미투리 한 켤레가 발견되자

 

이를 기리기 위해 2003년 월영교를 만들었다.

월영교는 일교차가 큰 날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환상적이다.

 

그러나 색색의 조명등을 밝힌 월영교가 수면에 비친 한밤의 풍경도 물안개 못지않다.

 

여기에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수면을 수놓는 월영교 야경은 원이 엄마의 사부곡과 어우러져 서럽도록 아름답다.

◇월송정(경북 울진)

 

월송정은 관동팔경 중 최남단에 위치한 정자로 울진공항 남쪽 구산해변에 위치하고 있다.

 

정면 5칸·측면 3칸에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이층 누각에 오르면 수만 그루 울창한 송림 사이로

 

하얀 모래밭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쪽빛 동해바다가 출렁인다.

“푸른 덮개 흰 비늘의 솔이 우뚝우뚝 높이 치솟아 해안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몇 만 그루나 되는지 모르는데,

 

그 빽빽함이 참빗과 같고 그 곧기가 먹줄과 같아 고개를 젖히면 하늘의 해가 보이지 않고,

 

다만 보이느니 나무 아래 곱게 깔린 은 부스러기, 옥가루와 같은 모래뿐이다.”

조선 선조 때 문신 이산해(1539∼1609)는 울진 평해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찾은 월송정의 아름다움을 문집

 

‘아계유고’에 남겼다. 숙종과 정조도 어제시를 내려 월송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양했다.

 

그 뒤로도 안축, 김시습 등이 월송정의 경치를 글로 남겼고,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는 그림으로

 

월송정을 아름다움을 묘사했다.

중국 월국에서 소나무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는 월송정(越松亭)은 신라 화랑들이 달밤에 송림 속에서 놀았다고

 

해서 월송정(月松亭)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월송정은 동해에서 솟은 보름달이 누각 사이로 모습을 드러낼 때 가장 운치 있다.

◇월류봉(충북 영동)

 

황간면 원천면 들머리에 위치한 월류봉(月留峯)은 고만고만한 크기의 여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솟은 산으로

 

 ‘달도 머물다 간다’는 낭만적인 이름을 자랑한다.

 

일찍이 우암 송시열은 월류봉의 풍경에 반해 이곳에 한천정사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월류봉은 아래에서 지긋이 올려다보는 풍경도 멋있지만 월류봉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한천팔경 중 제1경인 월류봉은 해발 400m로 높지는 않지만 송곳처럼 우뚝 솟아 장엄하게 보인다.

 

봉우리를 타고 오른 달이 능선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듯 사라지는 월류봉은 원촌리 주차장 앞에서 볼 때

 

가장 운치 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초강천 뒤로 송곳처럼 우뚝 솟은 여섯 개의 봉우리가 부챗살처럼

 

펼쳐지고, 맨 왼쪽 봉우리 앞으로 돌출된 바위 위에 날아갈 듯 앉은 월류정의 모습도 숨을 멎게 한다.

한천팔경은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의 여덟 경치로 대부분

 

월류봉의 여러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화헌악(花軒岳)은 봄에 진달래와 철쭉으로 물든 산을,

 

용연동(龍淵洞)은 월류봉 아래의 깊은 소(沼)를, 산양벽(山羊壁)은 월류봉의 깎아지른 절벽을,

 

청학굴(靑鶴窟)은 월류봉 중턱의 깊은 동굴을 말한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