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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곰 코치의 Hot Issue !!!

"떨이 떨이, 골라 골라"… 不況 백화점, 자존심도 버렸다

 

 

 

["이렇게라도 팔아보자" 몸부림치는 백화점·대형마트]


롯데百 '재고 처리' 출장판매, 현대百은 세일기간 크게 늘려


홈플러스 1950개 상품 상시할인, 이마트도 가격 할인행사 확대


저성장·가계빚에 소비 급감… 값싼 모바일·온라인만 찾아


롯데백화점은 이달 10~12일과 17~19일 두 번에 걸쳐 서울 강남에 있는


컨벤션센터 'SETEC'의 전시 공간 중 3300㎡를 빌려 생활용품·골프용품 등


재고 상품 150억원어치를 최대 80% 싼 가격에 판다.


국내 1위 백화점이 '재고 떨이'에 나선 것이다. 국내 백화점이 대형 호텔을 빌려


해외 명품(名品)을 판 적은 있었지만 재고 소진을 위해 '출장 판매'를 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한 사람이 경품 행사에 참가하면 백화점이 1000원씩 적립한 뒤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롯데상품권을 한 명에게 몰아주는 복권 방식의 행사를 이달 3일 시작했다.


극심한 내수 소비 부진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백화점들은 하루 건너 세일을 하고 있고 대형마트들은 판매 가격을 아예 내리고 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4%를 밑도는 저성장이 5년째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데다가,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황 탈출에 총력 쏟는 유통업계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의 도성환 사장은 8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생수, 우유, 화장지, 커피, 맥주 등 가공식품과 생활필수품 등 1950개 품목의 가격을


10~30% 상시적으로 내린다"고 말했다.


도 사장은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500개 품목의 값을 10~30% 인하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이에 맞서 3월 내내 홈플러스에 대항하는 할인 행사를 열었다.

 

 

 

 

백화점은 거의 매일 세일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세일 기간은 2010년 한 해 78일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2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8일까지 23일간 세일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세일도 이제는 먹히지 않는 조짐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각 백화점들은 이달 3일 일제히 봄 세일을 시작했지만 작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1~3% 정도다.


롯데백화점이 내건 10억원 경품 행사 참가 고객은 하루 평균 1만3000명으로


작년에 연 비슷한 내용의 경품 행사 참여 인원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백화점행(行)을 크게 줄였다는 의미다.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3층 의류 매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반면 구찌·페라가모·디오르·미우미우 등 명품 매장이 몰려 있는 1층 로비만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연 매출 1조80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백화점 점포지만,


중국인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약 17%였고, 올


해 설(춘절) 연휴 땐 26%에 달했다.



내수 부진 속에 소비 패턴도 변화



전문가들은 매출 부진의 이유로 경기(景氣) 부진으로 인한 미래 소득의 불확실성을 먼저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중에 소비로 쓰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작년 1분기 74.5%에서 작년 4분기엔 71.5%로 떨어졌다. 100만원 중 70만원만 쓰고 있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세대별로 보면 1963년 이전 출생한 베이비부머는 이미 은퇴를 시작해


미래 소득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1964년생부터 1979년생은 전세금 상승 등의 문제로


가처분 소득이 적다"며 "1980년대 이후 세대는 정규직으로 취직하기 힘들다 보니


소득이 아예 적다"고 말했다.


소비 패턴이 바뀌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의 전체 판매액은 작년 14조8100억원으로


편의점 전체 매출을 넘어섰고, 백화점 전체 판매액의 절반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에 따라 모바일 쇼핑과 PC 쇼핑 매출을 합한 온라인 쇼핑의 매출은


작년 4분기부터 대형마트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어떤 측면에서도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럴 때는 자동차 등에 붙는 개별 소비세를 줄이는 등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진 기자]


[조재희 기자]